필자가 아끼는 후배의 하소연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처지를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후배의 요청으로 안산에 위치한 한국가스공사 경기지역본부 천막 농성장을 2월 1일 신도 몇 분과 찾았다. 2년 6개월을 비정규직 정규직화 협상에 임했지만 회사는 심도 있는 직고용 논의는 뒤로하고 자회사 전환만 주장하고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되었다. 그런 후배에게 모든 일이 잘 풀어져서 정상적인 대접을 받기를 두 손 모아 기도드리고 정의는 이긴다는 사실을 상기시켜주고 돌아 왔다.
이번 방문으로 문재인 대통령님이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하신 이후 왜 수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광장으로 뛰쳐나와 부당함을 부르짖는지를 구체적으로 듣는 계기가 되었다. 또한 천막농성장 방문 이후 광장에서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는 노동자들을 생각하며 기도하는 시간이 늘었다.
그러다 그들의 외침이 마치 광야에서 외치는 예언자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성경에서 광야는 고행이나 수련, 정화, 기도의 장소로 묘사되고 있다. 세례자 요한은 유다 광야에서 극기의 생활을 했고 예수님은 공적인 직무를 시작하기 전에 단식하시고 기도하시며 광야에서 40일을 보내셨다. 수련 이후 세례자 요한은 유다 광야에서 “회개하여라. 하늘나라가 가까이 왔다”고 선포하며 세례를 베풀기 시작했다. 이사야 예언자가 말한 바로 그 사람이 세례자 요한이었고 광야에서의 외침으로 예수의 구원 사업을 알렸다.
노동자들은 사계절 내내 자신들의 주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끊임없이 외쳤다. 무더운 뙤약볕 아래 이글거리는 도로는 진땀을 흐르게 했고 칼바람 한겨울 날씨는 몸을 얼어붙게 했어도 그들은 광장으로, 거리로 나왔다. 육체적인 어려움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활동을 곱게 보지 않는 시선과도 힘겨운 싸움을 했다. 또한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추가 세금부담 없이 진행되는 정규직화를 왜곡 보도하는 주류 언론과도 맞서야만 했다.
우리 사회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맞아 초유의 사태를 목도했다. 국가의 위기 앞에 보호 받지 못 하는 국민의 처지를 똑똑히 본 것이다. 우리 사회는 산재로 하루 평균 약 6명의 노동자를 잃고 있다. 자살로는 하루 평균 35명의 이웃을 잃고 있다. 출산율은 1명 미만으로 떨어져 지방 이야기로만 들었던 초등학교 폐교가 대한민국 수도인 서울특별시에서 조차도 은평구와 강서구에서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43만여 명인 올해 초등학교 입학생이 2025년에는 10만 여명이 줄어 30만 명대로 떨어질 전망이라는 것이다. 가계부채 또한 1600조원에 육박하면서 시한폭탄이라는 수식어까지 붙을 지경에 이르렀다. 어느 것 하나 소홀이 볼 일이 아닌 악재가 산적해 있다.
이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주장에 귀 기울일 때다. 통계청 통계에 따르면 비정규직 노동자가 748만 명(2019년 8월 기준)이고 노동계에서는 프리랜서로 분류되는 노동자들까지 합치면 비정규직이 1000만 명 시대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정규직 전환을 위해 제시한 정부가이드라인에도 ‘외환위기 이후 기업들은 비용절감과 탄력적 인력운용을 위해 비정규직을 적극 활용하였고, 늘어난 비정규직은 저임금과 고용의 불안정성에 노출되어 사회양극화의 핵심적인 원인이 됐다’고 기술하고 있다. 그래서 문재인 대통령님은 공기업부터 정규직화를 선언했던 것이다.
노동자들의 외침에서 예언자들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너무 늦지 않았기를 기도드려 본다. IMF 이후 지난 20여 년 동안 외쳤던 노동자들의 주장이 예언처럼 들린다.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답을 이미 그들이 제시한 것은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외침에 귀 기울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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