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우리 세대에 남은 책무

동서남북교회 서재필 목사 | 기사입력 2020/05/26 [09:50]

[칼럼]우리 세대에 남은 책무

동서남북교회 서재필 목사 | 입력 : 2020/05/26 [09:50]

서재필 목사와 외손녀 맹슨은하(미국명 루시)

[경인투데이]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 유난히 잊히지 않는 장면이 있다.

 

어버이날을 앞두고 요양원을 찾은 머리 희끗한 자식이 유리창 너머 노모의 얼굴을 바라보는 장면이다. 어머니의 따스한 온기마저 창문에 막혀 할 수 있는 행동은 눈을 마주치는 것 외에는 찾을 길이 없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가 부른 재앙은 공동체의 가장 기초인 가정마저도 흔들고 있다. 인재로도 불리는 이번 사태에 맞서는 일부 국가에서는 우리와는 달리 자연 면역을 운운하며 방치 수준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모습 속에서 인종청소를 연상케 하는 노령인구 사망을 방치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의심이 들기까지 한다.

 

지난 2월 우리는 코로나 사태를 끝낼 수 있다는 희망에 차 있었다. 하지만 한 종교단체의 무분별한 행동으로 종식이 아닌 확산의 길로 접어들고 말았다. 신천지는 기독교는 물론이고 불교에까지 세 확장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신흥종교가 그렇듯 그들의 발전에는 기성 종교가 반성할 부분이 많다. 신의 뜻이 아닌 대중의 가치를 쫒은 기성종교는 거대화 되었고 신도들은 군중 속에 파묻혀 익명화 되고 소외되어 갔다. 사실 신천지는 한기총이 비리에 얼룩지면서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기총의 부패는 대부분 총회장 선거 때문에 발생했고 그 틈을 교묘히 파고들며 유명세를 탔다.

 

신천지는 종교 단체뿐만이 아니라 유수의 단체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모 지자체장 선거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신천지는 힘 있는 인사들 포섭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이러한 흐름을 직접 목도하기도 했다. 필자가 활동하고 있는 사)부패방지국민운동총연합은 국제단체연합(UIA)소속, 국민권익위원회 소관 사단법인으로 우리 사회의 반부패 분위기 조성과 청렴인 발굴, 공직자의 청렴하고 공정한 업무 감시 및 장려를 위해 전국의 뜻있는 시민들이 모인 비영리단체다. 부정부패 감시와 청렴문화 확산을 위한 효율적인 대안을 수립하고 실천함으로써 투명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 국가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런 우리 단체에 신천지 세력 몇 명이 침투해 조직을 장악하려 하는데 오히려 이를 막고 싸웠던 내가 제명될 상황이 전개됐다. 하지만 계란으로 바위치기처럼 보였던 싸움이 코로나-19 사태로 신천지의 만행이 드러나며 지난한 싸움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이번 가정의 달 5월은 우리 가족에게 특별한 의미를 선사했다. 큰 딸이 무사히 순산해 둘째 딸을 얻게 된 것이다. 나의 분신들이다. 나는 흙으로 왔다가 이제 흙을 향해 가고 있다. 단단하던 근육도 옛말이고, 기둥 같던 뼈대는 힘이 빠져 휘청거리기 일쑤다. 꼿꼿하던 척추는 주님 외에 고개를 숙인 적 없는데, 평생 오지 않을 것 같았던 황혼이 내게도 왔고, 어느새 허리는 자꾸만 굽어진다.

 

나의 시대는 가고 있다. 새 생명들이 그 빈 공간을 매울 것이다. 갓 태어난 손녀를 바라보며 수많은 회상에 잠긴다. 전라북도 완주 봉동에서 16세에 상경해 온갖 어려움을 겪으며 살아온 지금까지 청소년 선도에 매진하며 얻은 결론이 가정의 소중함이다. 지나간 시작의 출발점을 되돌아본다. 빈약해 지는 육신이지만 아직도 하고픈 욕심이 남아 있다. 그것은 바로 가정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이다. 새싹들이 살아갈 삶을 함께할 수는 없어도 그들이 살아갈 소중한 삶의 길을 다져줄 책무가 아직 우리 세대에 남아 있다. 이웃을 수단이 아닌 목적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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