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세월호, 이제는 끝내고 싶다”

김태형 기자 | 기사입력 2018/02/27 [13:14]

<기자수첩>“세월호, 이제는 끝내고 싶다”

김태형 기자 | 입력 : 2018/02/27 [13:14]

 

▲   김태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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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자화상

2014416. 당시 나는 참 이기적이었다. 오전에 터져 나온 세월호 침몰 기사로 안산시청 공보실이 술렁였다. 다행히 전원 구조 기사가 뜨면서 또 안산이야!”라는 비아냥거림을 듣지 않게 됐다고 안도했다. “그래도 모르니 단원고등학교에 가보겠다던 선배 기자의 다급한 목소리가 수화기 너머로 들려 왔다.

 

김 기자, 아무래도 이상해. 뉴스와 달라. 빨리 와봐급하게 운전대를 꺾어 단원고로 향했다. 입구부터 인산인해였다. 교무실은 침묵만 흘렀다. 교무실 앞에 구조 현황판을 보고 옆 사람에게 물었다. “실종된 사람이 이렇게나 많나요?” 학급별 번호판에 듬성듬성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옆 사람은 말이 없었다. 그것은 구조된 학생을 표시한 스티커였다. 체육관 안으로 접어들자 낯익은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서로 부둥켜 앉고 구조 소식만 기다리며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서울, 대전 등지에서 친인척과 지인들로부터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별일 없냐?” 순간 당황했다. ‘과연 별일 없는 것인가?’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곤 귀가하는 둘째 딸을 보고 나도 모르게 부둥켜안았다. 단원고 학생과 같은 또래다. 딸내미의 체온을 느낄 수 있다는 것에 감사기도를 바쳤다.

나는 참 이기적이었다.

 

- 우리나라에 에디슨은?

우리나라에서 자녀가 달걀을 품고 있었다면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그 자녀는 정신과에 가던지 빗자루로 얻어터지지 않았을까?

 

궁금증은 인간을 규정하는 요소 중 근본적인 속성에 속한다. 얼마나 강력한지 기독교 경전에는 천국이라 할 수 있는 에덴동산에서 조물주가 따먹지 말라는 선악과를 꾀임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먹었다가 쫓겨나는 대목이 있다. 이렇듯 이성적으로 풀리지 않는 것에 대한 의문점이 인류를 지금에 이르게 했다.

 

어느 정당 정치인들이 말하듯 이건은 단순 사고였다. 그러나 그렇게 주장한 정치세력은 세월호 사태를 사건에만 머물게 하는데 실패했다. 의문을 갖는 국민이 잘못인가? 의문을 풀어 주지 못한 권력자가 문제인가?

 

- 박근혜 전 대통령의 7시간은 누가 해명할 것인가?

최근 검찰은 박근혜 정부가 세월호 참사 보고 시각등을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김관진 전 국방장관 자택과 신인호 당시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장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21일 자 JTBC에서는 김영석 전 해수부 장관 재임 당시 청와대 내부 회의록을 입수해 해수부를 시켜서 대통령 7시간 행적을 조사하지 못하게 하라는 취지의 지시가 수차례 내려진 사실을 보도했다. 이렇게까지 무리수를 둔 이유가 무엇일까? 집권 당시 실세들조차도 얘기를 해 주지 않아 검찰에서 국민 세금 들이며 수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럴진대 세월호 사태가 길어진 이유를 유족과 시민단체에만 돌리고 비난하는 세력이 존재한다. 그분들에게 여쭙고 싶다.

진실을 말해 줄 수 있나요?”

 

- 바둑 기사는 복기(復碁)라도 하는데...

바둑 기사들은 자신의 경기를 복기하며 다음 시합을 준비한다. 하물며 304명의 희생자를 유발한 세월호 사태의 사고 복귀는 어디까지 진행되었을까?

 

시사저널 24일자 기사에 잘 소개됐다.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23일 밤 10(네덜란드 현지 시각)까지 진행한 2차 세월호 모형실험에서 침몰 과정을 재현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하고 있다. 닫혀 있어야할 기관구역 수밀문 2개와 맨홀 5개가 모두 열려 있어 침몰이 빠르게 진행됐다고 발표한 것이다. 오는 228일부터 32일까지 자유항주 모형실험을 한다고도 소개했다. 아직도 원인 파악은 진행 중이다.

 

- 세상을 바꾸는 청소년의 저력

1,000만 관객이 넘을 영화의 조건은 무엇일까? 극장에 가서 청소년들의 참여도를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세상물정 모를 것 같던 그들의 힘은 저력을 품고 있다.

 

안타깝게도 세월호 사태 직후 둘째딸이 분주했다. 초등학교 친구가 세월호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이다. 옛 친구들을 만나 고대병원 장례식장으로 문상을 다녀왔다. 눈에 눈물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던진 첫 질문이 우리는 언제 투표해요?”였다. 어리게만 봤던 딸이 갑자기 커 보였다. 아이들도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것이다.

 

1960411일 최루탄을 맞고 숨진 고교생 김주열 군의 시신이 마산 앞바다에서 발견되면서 국민들의 분노는 치솟았다. 고등학생까지 합세한 4·19 혁명은 결국 이승만 정권을 무너트렸다.

 

청소년들이 적극 참여한 2016년 촛불집회가 발단이 되어 박근혜 정권 또한 탄핵됐다. 어느 복지사가 세월호와 관련해 내게 아주 중요한 말을 건넸다.

 

세월호 문제는 청소년들에게 물어 봐야지요그 말을 듣는 순간 충격이 느껴졌다. 세월호 문제는 우리 기성세대의 문제가 아니었다. 우리는 청소년들에게 가해자일 뿐이다. 피해자의 입장은 안중에 없이 기성세대들끼리 핏대를 세우며 갑론을박을 하고 있었으니 참 창피했다. 그리고 복지사는 한마디 더 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도 바뀐 게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역사의 한 중심에 서 있다. 이 모든 것이 기록될 것이다. 세월호 침몰, 구조 과정, 사고 후 모습 그리고 지금 우리의 결정 등등....

 

참 두려운 결정을 우리는 해야 한다. “세월호, 이제는 끝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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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acro 2018/02/27 [21:53] 수정 | 삭제
  • 글 잘 읽었습니다. 세월호참사는 사고이고 사건으로 누군가 조작하였단 늣한 느낌을 지울 수 없내요. 글쓴이의 둘때 따님에게 다른 사람의 글이라고 제시하고 님의 글을 한번 읽어 보고 의견을 들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아주 무서운 생각을 소유하고 계신 분으로 여겨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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